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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접대의 품격을 결정짓는 것은 메뉴판의 가격이 아니다

서울의 접대 문화는 실로 퇴보했다. 요즘 사람들은 룸이 있고 인당 십만 원이 넘는 코스 요리만 있으면 그게 곧 접대인 줄 안다. 멍청한 소리다. 진정한 비즈니스 자리는 상대의 말이 끊기지 않도록 배려하는 공간의 공기, 그리고 접객의 속도에서 판가름 나는 법이다. 내가 현역으로 뛰던 시절에는 식당의 조도와 테이블 사이의 거리, 심지어 식기 세척 상태까지 따져가며 장소를 선정했다. 요즘 애들은 포털 사이트 평점이나 광고 블로그에 낚여서 예약하는 게 고작이니 거래가 성사될 리 만무하다.

서울 도심의 중식당들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대개 룸이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가벽을 얇게 세워 옆 방의 대화가 고스란히 들리는 곳이 태반이다. 민감한 사업 정보를 주고받아야 하는 자리라면 반드시 사전에 현장을 방문해 방음 상태를 체크해야 한다. 만약 당신이 룸의 문을 열었을 때 주방의 소음이나 복도의 소란함이 그대로 유입된다면, 그곳은 접대 장소가 아니라 그냥 밥을 먹는 공간일 뿐이다. 최소한 바닥의 카펫 소재가 소음을 흡수하는지, 서빙하는 직원이 대화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타이밍에 들어오는지를 확인하라.

메뉴 선정 또한 마찬가지다. 손을 써서 먹어야 하거나 국물이 튀기 쉬운 음식은 접대용으로 최악이다. 상대방이 옷에 묻은 얼룩을 신경 쓰느라 당신의 제안에 집중하지 못하는 꼴을 보고 싶은 게 아니라면 말이다. 나는 항상 셰프가 직접 서빙하거나 최소한 분할해서 접시에 담아 주는 곳을 선호한다. 식사 중간에 대화가 끊기는 공백을 메우는 것은 오로지 직원의 센스인데, 요즘 서울의 식당들은 구인난을 핑계로 접객 수준이 바닥을 치고 있다. 벨을 두 번 눌러야 응답하는 곳이라면 그 즉시 예약을 취소하는 게 사업상 이득이다.

접대 장소를 찾을 때 가장 중요한 지표는 주차와 동선이다. 서울의 교통 체증을 고려하지 않고 약속을 잡는 것은 상대방의 시간을 뺏겠다는 선전포고와 다름없다. 발렛 파킹이 가능한지 확인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하지만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발렛 요원이 차를 빼주는 속도와, 식당 입구에서 로비까지 걸어가는 거리가 너무 길지는 않은지 따져보라는 뜻이다.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고민한 흔적이 보일 때 상대방은 당신이 나를 위해 이 정도의 정성을 들였구나 하는 인상을 받는다. 결국 사람의 마음은 이런 미묘한 디테일에서 움직이는 것이지, 화려한 인테리어로 해결되는 게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기본이 안 된 곳에서 큰 거래가 성사된 경우를 나는 지난 십 년간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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