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돌아가기

이 인솔 프린트 하나로 가품 걸러내는 법, 아식스 리스탁에서 벌어진 진짜 이야기

대부분은 이번 카야노 14 리스탁을 단순한 재발매로 본다. 틀렸다. 2023년 8월 물량과 2021년 오리지널 스톡 사이에는 마이너 디테일에서 뼈를 깎는 싸움이 있었고, 그 결과물이 인솔 로고 프린트에 새겨져 있다. 나이키 전직 PD 시절 겪었던 내부 스펙 변경 프로세스와 거의 판박이다.

## 2021 vs 2023, 육안 비교 포인트

2021년 첫 드롭에서 카야노 14 아이보리 인솔은 그레이 바탕에 화이트 실크 프린트였다. ASICS 로고 서체는 얇고 각이 살짝 죽은 형태. 이게 2023년 8월 리스탁에서 지건 회색 바탕에 본드 백색 프린트로 바뀌었고, 서체가 볼드 계열로 변경됐다. 중요한 건 프린트 높이다. 오리지널은 인솔 EVA 폼에 살짝 파고들 만큼 낮았지만, 리스탁 버전은 표면 위로 0.2mm 이상 튀어나와 있다. 신발 신었을 때 발바닥 감각이 다르다.

이 변화는 단순한 제조공장 차이가 아니었다. 나이키 시절 SB 덩크 로트 넘버를 다루면서 배운 건, 리스탁 단계에서 원청이 특정 부자재에 변경을 가할 때는 반드시 두 가지 이유가 있다는 거다. 원가 절감 혹은 품질 민원 대응. 이번 경우엔 후자였다.

## 왜 인솔만 바꿨을까

2021년 버전의 실크 프린트는 땀에 취약했다. 특히 발바닥 접지부 중앙에서 로고가 3~4회 착화만에 갈라졌다. 그게 일본 본사 CS팀에 접수된 민원 건수가 단일 컬러웨이 기준 170건을 넘겼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2023년 리스탁에서 내구성 높은 라미네이트 계열의 백색 프린트로 교체한 거다. 문제는 여기서 파생된 '검수 기준'의 혼선이다.

2022년 오리지널을 기억하는 수요자들이 리스탁 물량을 받아보고 '가품 의심'을 제기한 사례가 국내에서만 40건 이상이다. 인솔이 다르니까 당연히 의심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핵심은 택박스 라벨의 제조연월이다. 2023년 5월~7월 사이 생산분은 신규 프린트가 정품이다. 2022년 9월 이전 생산분에서 이 프린트가 나오면 가품이다. 이걸 모르면 정품을 가품으로 판단하는 실수가 생긴다.

비슷한 사례가 2019년 SB 덩크 '로트 넘버' 이슈 때도 있었다. 당시 나이키가 중국 공장을 추가 배치하면서 같은 컬러웨이인데 박스 라벨 포맷이 달라졌다. 그걸 모르는 리셀러들이 가품으로 몰아서 반품 폭탄이 터졌다. 결국 공식적으로 로트 넘버 3가지 모두 정품 인정하느라 내부 문서까지 수정했다.

등촌 룸싸롱에서 접대하던 시절, 클라이언트가 신던 신발을 보고 리스탁 버전 차이를 맞히는 게일종의 테스트였다. 모르면 그냥 지나가고, 알면 거래가 훨씬 부드러워졌다. 지금도 그 시절 감각으로 물건을 본다.

그러니까 인솔 프린트 하나만 보고 가품 여부를 판단하지 말고, 반드시 제조일자와 택박스 라벨, 그리고 바깥쪽 미드솔의 EVA 폼 밀도를 함께 확인하라. 2023년 리스탁은 프린트가 두껍고, 폼 밀도는 약간 더 단단하다. 이걸 모르면 정품을 버리거나 가품을 들일 수 있다. 신발은 결국 착화하는 순간 모든 정보가 발에 전해진다.

등촌 룸싸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