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커드가 피아노 앞에서 유니콘 꿈을 꾸는 장면, 그거 리들리 스콧이 오랫동안 준비한 복선이라고들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근데 제작 과정을 뒤지면 이야기가 살짝 다르다. 내가 오늘 할 얘기는 그 꿈 시퀀스에 실제로 들어간 소품, 그러니까 유니콘 종이접기 하나가 어떻게 영화사에서 가장 오래가는 논쟁의 중심이 됐는지다.
### 유니콘 종이접기, 원래 그런 거 없었다
1982년 극장판에 그 유니콘 꿈은 통째로 없다. 해피엔딩 강요 때문에 데커드와 레이첼이 숲으로 도망치는 항공촬영으로 끝났다. 1992년 디렉터스 컷도 마찬가지다. 거기엔 가프가 바닥에 남기는 은박 종이접기 유니콘만 있을 뿐, 꿈 자체는 빠져 있다.
그게 언제 들어갔냐면 2007년 파이널 컷이다. 25주년 기념이라고 워너가 판권 다 정리하고 스콧에게 완전 최종판 권한을 줬을 때다. 이때 스콧은 워너 보관소에 박혀 있던 미사용 필름 릴에서 유니콘 꿈 씬을 꺼내서 복원했다. 문제는 그 씬이 어디서 왔느냐.
촬영 당시 그 꿈 씬은 원래 리젠트의 전설 영화 촬영을 위해 만들어진 풍경 샷이었다고 한다. 스콧이 따로 유니콘을 찍은 게 아니라, 숲속 안개 낀 목장 배경 샷에 후반 작업으로 유니콘을 합성했다. 1982년 기술로는 어설펐고, 결국 극시판에서 빠진 것이다.
### 접대하러 간 촬영장에서 건진 소품 이야기
이거 아는 형님들 별로 없는데, 유니콘 종이접기 자체는 소품 팀이 제작한 게 아니다. 촬영 마지막 주에 감독 보조가 로스앤젤레스 차이나타운에 있는 작은 접대 장소 추천 명단에서 발견한 중국집 장식용 종이 공예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 식당 주인이 알루미늄 호일로 동물 접기를 만들어 식탁 위에 올렸다는 거. 그걸 본 스코트가 "이거다" 하고 바로 제작부에 연락해 은박지 유니콘을 만든 거다. 그게 영화사에서 가장 유명한 복선이 될 거라고는 아무도 몰랐다.
### 스코트의 말 바뀌기
2002년 인터뷰에서 스코트는 분명히 이렇게 말했다. "데커드가 인간인지 레플리컨트인지는 관객이 판단할 몫이다. 내가 답을 줄 필요 없다." 2005년에 갑자기 "데커드는 당연히 레플리컨트다. 유니콘 꿈이 그 증거"라고 말을 바꿨다.
소품 담당자 입장에서 이걸 지켜보면 좀 우습다. 우리가 은박 접기 하나 만든 걸 가지고 감독이 20년 동안 말을 바꾸면서까지 자신의 의도를 강화하려 했다는 증거니까. 2007년 파이널 컷에서 꿈 씬이 추가된 건 순전히 스코트의 의지였고, 그걸 가능하게 한 건 결국 종이 한 장이었다.
### 체크포인트
파이널 컷을 다시 볼 때 확인할 거. 1시간 46분 경 피아노 앞 데커드의 꿈에서 유니콘의 갈기가 왼쪽으로 휘날리는 방향과, 마지막 장면 가프가 바닥에 떨어뜨린 은박 유니콘의 갈기 방향이 정확히 일치한다. 이건 편집실에서도 소품 팀이 확인해준 디테일이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맞춘 거다.
데커드가 인간이든 아니든, 그 판단은 각자 몫이지만 적어도 그 유니콘 종이접기가 어느 허름한 중국집 식탁에서 시작됐다는 건 분명하다. 영화의 가장 유명한 디테일이 3천원짜리 접대용 소품에서 나올 수도 있다는 게, 촬영장이 주는 묘미다.